어느덧 소방관이라는 직업으로 살아온 지 30년이 넘었다. 그리고 나에게 영광스럽게 공직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이 2개월 남짓 남았다.
요즘 들어 사색에 잠기는 시간이 많아졌다. 몇 해 전 읽었던 작가 김훈의 산문집 「라면을 끊이며」를 다시 꺼내든다. 무심코 책장을 넘기다 책갈피가 끼워진 페이지에서 두 눈이 멈춰진다.
『도심을 뒤흔드는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는 다급하고도 간절하다. 질주하는 소방차의 대열을 바라보면서 나는 늘 인간과 세상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재난에 처한 인간을 향하여, 그 재난의 한복판으로 달려드는 건장한 젊은이들이 저렇게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가고 있다는 사실은 인간의 인간다움이 아직도 남아 있고, 국가의 기능이 정확하고도 아름답게 작동되고 있다는 신뢰감을 느끼게 한다. ... (중략)... 달려가는 소방차의 대열을 향해 나는 늘 내 마음의 기도를 전했다. 살려서 돌아오라, 그리고 살아서 돌아오라.』
비단 작가 김훈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화재현장으로 달려가는 소방차와 화재, 구조·구급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소방관들을 보는 국민들의 생각도 이와 마찬가지 일 것이다.
국민들이 재난현장을 마주치면 먼저 소방관을 떠올릴 것이며, 그 현장에 소방관이 도착한다면 재난은 곧 수습되고, 요구조자는 반드시 구조될 것이라는 절대적 믿음과 신뢰를 보낸다.
소방관이란 직업은 한 사람이 약 540명의 시민의 목숨(경상북도 기준)을 책임지는 직업이라고들 한다. 힘들고 위험해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직업, 그 사명감으로 우리 소방관들은 위험한 곳으로 오늘도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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